특허법원 2023허11593 권리범위확인(특)
【판시사항】
특허권의 보호범위와 관련하여, 특허무효사건에서 한 주장과 다른 주장을 권리범위확인 사건에서 하는 것이 금반언 원칙에 위반되는지(한정 소극)
【판결요지】 심결취소
1. 민사소송절차에서도 신의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 소송절차상 당사자 한 쪽이 일정한 주장을 제출하는 등 소송행위를 하고, 상대방 당사자가 그러한 행위를 신뢰하여 그것을 전제로 그의 소송상 법적 지위를 결정하고 난 뒤, 신뢰를 제공한 당사자가 종전의 태도와 모순되는 거동을 하고 나오는 경우 그러한 거동을 용인하게 되면 상대방의 소송상 지위가 부당하게 불리하게 될 수 있는바, 소송절차에서 당사자의 모순된 주장이 절차의 안정성을 해치고 소송절차를 남용하는 것으로 판단될 때에는 신의칙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당사자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법적 주장을 제출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고, 특히 증거조사 결과에 맞추어 주장을 변경할 필요성이 생기기도 하므로 당사자가 스스로 한 소송행위를 뒤에 취소․변경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가 있으며, 자백의 구속력(민사소송법 제288조)이나 실기한 공격․방어방법(민사소송법 제149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변론종결 시까지 쟁점에 대한 입장을 변경할 수도 있으므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민사소송의 목표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소송상의 모순된 주장에 관하여 신의칙을 적용하는 것은 최대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소송상 주장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주장과 관련하여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모순된 주장을 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하다. 이러한 법리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는 행정소송절차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2. 원고가 동일한 특허에 관한 종전 무효사건에서 했던 청구범위 해석 주장과 내용 및 범위를 달리하는 주장을 후속 권리범위확인 사건에서 했다는 사정만으로 금반언 원칙 또는 신의칙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종전 무효사건에서 양 당사자는 각각 자신의 입장에서 청구범위 해석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법률적 주장을 한 것일 뿐이고, 원고가 한 청구범위 해석 관련 주장이 향후 그 해석을 넘는 범위에 관하여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신의를 상대방에게 공여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또한 원고의 주장이 정당한 것으로 피고가 신뢰하였다거나, 원고가 청구범위 해석에 관하여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피고가 정당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고 볼 근거도 없다.
나. 동일한 당사자가 동일한 특허권에 관한 무효사건과 권리범위 사건에서 청구범위 해석을 달리 주장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법원은 그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에 기속되지 않는데, 특허권자가 무효사건과 침해사건에서 청구범위 해석에 관하여 달리 주장하는 것을 신의칙 위반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면, 종전 소송에서의 원고 주장에 사실상 기속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타당하지 않다.
다. 특허권자가 침해소송 등에서, 출원과정에서의 청구범위 보정이나 의견진술, 특허등록 후의 정정 등으로 의식적으로 제외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과 모순되게 넓은 권리범위를 주장하는 것이 금반언 원칙에 의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나, 소송과정에서 당사자의 특정한 청구범위 해석 주장이 그 주장을 넘어서는 부분을 특허권의 권리범위에서 의식적으로 제외하고자 하는 대세적 의사표시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출원경과 금반언의 중요한 이론적 근거 중 하나는 심사과정 및 정정절차 등이 특허권의 보호범위를 공시하고 있으므로 특허침해 회피를 위해 심사경과 등을 신뢰한 자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인데, 소송과정에서 특허권자의 주장에 이와 같은 신뢰가 부여된다거나 특허권자의 주장이 특허권의 보호범위를 공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소송절차에서의 당사자 주장에 출원경과 금반언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 침해판단 등에 있어서 금반언이 주장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나왔는 줄 알고 깜짝 놀라 봤더니, 출원경과 금반언은 여전히 적용이 되고, 다만 소송에서의 금반언은 허용된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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