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저는 기수련과 관련된 여러 단체를 다녀봤습니다.  단전호흡 단체도 여럿 다녀봤고, 태극권이나 무술을 하면서도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수련법들을 배웠습니다.  이러저러한 책을 통해서 접한 내용도 많구요... 

 

각각의 기수련 방법들을 보면 공통되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각기 다른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정공을 위주로 수련을 하는 방법도 있고 동공을 위주로 수련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동공을 위주로 하는 수련법은 각 단체마다 자세가 많이 다른 건 당연할 겁니다. 

 

그런데, 정공을 위주로 하는 수련법도 굉장히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도닦는다라고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자세인 결가부좌하고 가만히 앉아서 수련하는 것만 강조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자세를 변경해가면서 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국선도의 경우 서서하는 수련법으로 시작하지만, 단학선원은 누워서 하는 수련법으로 시작을 합니다(예전에 제가 다닐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비슷한 자세라도 기를 운기하는 방법이 각기 다르기도 합니다. 

 

한의학의 경락개념과 동일한 원리를 적용해서 한의학에서 말하는 경락으로 운기를 하는 경우가 제일 많긴 하지만, 경락을 무시하고 운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하단전의 위치도 기해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다른 위치, 예를 들어 석문을 기준으로 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처음에 하단전에 기운을 보낼 때에도 임맥을 통하여 기운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 반면, 명문을 통하여 기운이 들어가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하다 보니까... 단체마다 차이가 자꾸 생각나네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뭘까요?

 

호흡? 의념? 운기법?

 

다 중요하겠죠... 

 

그런데 저는 제일 중요한 건 자세와 이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태극권을 제일 오래 수련하고, 최근 수련하는 수련법도 이완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꼭 제가 수련한 수련법을 떠나 생각하더라도 자세와 이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기란 무엇인가'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기 란 무엇인가?

제 생각으로는, 기가 밖에서 떠다닐때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신경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우리가 기운을 느낀다는 것은 몸안의 감각신경을 통하여 그 느낌을 뇌가 인지한다는 것일 것이고, 

 

기운의 흐름을 보면 신경이 많이 분포된 곳을 더 많이 흐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건 제가 나중에 다른 말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안에 느껴지는 느낌과 해부학적인 정보를 조합해보면, 신경의 분포와 유사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주요 근막의 위치와 유사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지근이 분포된 위치에서 더 잘 느껴진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다양하기 때문에 제가 100% 이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기의 본질은 약한 전기이다...이렇게 논문같은 걸 써서 공개한 걸 본 적이 있는데, 신경에서 정보의 전달은 결국 전기신호의 전달이라는 점에서도 유사합니다. 

 

또, 태극권과 같은 내가권에서 상대방의 펑경을 받았을 때, 내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현상도 결국 상대방의 기운이 내 신경의 움직임을 조절해서 내 몸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움직이게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기와 신경은 뭔가 밀접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깨가 안좋아서 한참 병원에 다닐 때...... 잘 낫지를 않아서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는데....  의사들의 전공에 따라 강조하는 부분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정형외과 전공의는 일반적인 의사는 뼈의 모양만 보고 약처방, 물리치료 등만 하라고 하고, 조금 더 전문적인 분은 그 외에 운동법을 강조하고, 어떤 근육이 더 강화되어야 하는지, 자세 등을 강조해줍니다. 

 

마취과 전공의(통증의학과)는 치료방법이나 강조하는 건 비슷하긴 한데, 한가지 더 강조하는게 신경이었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이 잘 전달이 되면 인체가 건강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건강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세를 똑바로 해서 신경을 통해 신경전달물질이 전달되는 걸 방해하면 안된다.

 

저는 이 말이 계속 머리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기수련을 해서 기혈순환이 잘 되게 하는게 신경물질을 잘 전달되게 하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게 아닐까...?  하구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수련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세를 바로 해서 기운이 잘 흐를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단전호흡을 할 때에는 자세나 이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국선도 수련하신 분의 책에서 수준이 올라갈수록 이완이 많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글을 봤는데, 아마도 제가 배울 때는 제 수준이 낮아서 이완이 강조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호흡하고, 의념만 생각하면서 수련했었죠... 

 

기운이 어느 정도 쌓이고 운기를 시도할 때에는 기운이 잘 안가면 힘을 써가면서 기운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탈이났었죠...)

물론 힘을 쓴다는게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완을 하면서 꼭 필요한 부분에 허용된 한도 내의 힘만 써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게 어떤 건지 알지를 못하니 이완된 힘이 아닌 졸력을 사용해서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운기라는게 단전에 쌓인 기운을 경락을 따라 이동시킨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단전으로부터 기운을 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완을 해서 기운이 흐를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 기운이 흐르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의념을 쓸 수는 있지만, 그건 기운 자체에 의념을 보내 기운이 가는 길을 정하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운이 흘러야 하는 몸의 근육들에 의념을 보내 그 부분 근육들이 이완되게 하는거죠... 


요즘, 자세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항상, 특히 앉아 있을 때 바른 자세를 잡으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그러는 중에 많이 느끼는 거는, 그냥 자세만 똑바로 하려고 하고, 의념이나 기운이나 이런 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기운이 흐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꼬리뼈와 요추 사이가 많이 좁아지는 것 같아서 이를 늘릴려고 자세를 잡고, 꼬리뼈를 살짝 눌러주면, 발뒤꿈치 안쪽으로 기운이 가면서 발이 따끈따끈해집니다. 


기수련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자세를 잡을 때 알렉산더 테크닉을 가장 베이스로 놓고 제가 생각하는 다른 이론들을 접목해서 자세를 잡습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참조하세요)

 

알렉산더 테크닉의 창시자는 사람들의 평소 자세를 교정하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쳤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세가 중요한 거죠.... 

 

또, 제가 수련하는 수련법의 단체에는 병원에서 원인을 모르고 치료도 안되는 병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선생님께 치룔를 받으려고 많이 옵니다.  가끔 세미나 같은 데서 선생님께서 그런 사람들 지목해서 앞에서 걸어봐라, 어떤 자세를 취해봐라... 이렇게 시키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분들 중 상당수는 목을 앞으로 죽 빼고 어깨도 심하게 말리고.... 등등 왜 저렇게 자세를 취하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자세가 이상한 분들이 많습니다. 

 

전에 그 분들 중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카페에 이러이러한 증상이 없어졌다라고 기재를 했을 때, 선생님께서 답변을 달아주시길, "자세가 많이 펴져서 ~~~ 해서 좋아진거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건강에 자세가 중요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이런 저런 경험이나 지식을 통해서 저는 기수련이나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세와 이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수련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평소 자신의 자세에 항상 신경쓰고, 이완하려고 노력하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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